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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31

민폐일까봐 알람을 안 맞추고 잤는데 다른사람의 알람소리에 5시에 기상했다. 감사! 근데 막상 알람 주인은 깨어나지 못했다. 사물함이 다른사람 침대 바로옆에 있어서 자고 있는데 덜그럭거리니 미안했다. 하필 사물함 경첩 하나가 빠진 상태라 맞춰서 닫느라 더 덜그럭거렸다.

호텔 외부 모습

나오면 바로 S반이나 트램을 탈 수 있는 Galluswarte역

Grüneburgpark

아침 일찍이라 박물관은 다 닫았다. 어제 저녁에 가려고 했었던 뢰머광장, 다리, 성당, 그뤼네부르크공원을 박물관 열기 전 가보려고 한다. S반과 버스를 타고 공원으로 향한다.

도시의 배차간격 짱! 버스나 s반타야할때 정류장가면 걍 와있거나 3분이내 온다. 그리고 정류장이 촘촘하게 깔려 있다.

프랑크푸르트 웨스트 역에서 본 비둘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그래피티

버스 탈 때 앞문으로 가서 노크하고 도이칠란드티켓 보여줬더니 “어쩌고저쩌고 einfach einsteigen. Ok?” 귀찮게하지 말고 걍 뒷문으로 타면 된다 하심.

정류장에서 내렸을 때 본 풍경이다.

공원을 목적없이 걸었다. 조깅하는 사람들이 달려 지나갔다. 한 사람은 배터리가 꺼져서 충전기를 사야 한다고 내게 마트 위치를 물어봐서 근처 페니 검색해서 알려줬다. 여기 한국 정원도 있었다고 했는데 2017년인가? 화재나고 복원했다고 한거같은데 구글맵에 안떠서 안감.

이집트기러기

제정신이 아닌 지도

Frankfurt Cathedral

프랑크푸르트 대성당.

아이콘인 검은 문 위의 양각과 구체적으로 묘사된 조각상들과 추상적인 장식. 3종의 그래픽이 한곳에

Römerberg

뢰머광장.

프랑크푸르트 상징 독수리.

눈을 안 가린 정의의 여신상

Eiserner Steg

마인강을 가로지르는 철교. 스티커와 자물쇠로 도배되어 있다.

이 스티커는 독일 여기저기에 있어서 뭔가 했더니 광고라고 한다. ‘여기 좋지? 근데 너 라임펠드는 가봤니’ 이런 템플릿.

기가 막힌 구도

Kleinmarkthalle

그뤼네부르크 공원, 뢰머 광장, 성당, 아이젤너다리를 다 봤는데도 시간이 남았다. 드디어 8시에 클라인마크트할레가 문을 열었다.

다른 마크트할레랑 비슷하게 각종 수입 과자, 과일, 향신료, 케익, 치즈와 소세지와 고기를 판다. 근데 베를린보다 더 각국의 색이 짙은 느낌이다. 위층과 지하에는 생선 가게가 있다.

1유로에 납작복숭아 한개 사먹었다. 딱복이었고 평범하게 맛있었다. 2.7유로짜리 커피를 마시고, 박물관들이 일제히 문을 여는 10시까지 1시간 정도 앉아있었다. 앉아있는 자리에서 일본 차를 파는 부스가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 이런 인쇄물을 발견했다.

뭔지 잘 모르겠는데 흥미가 가서 그 자리에서 무료 워크샵 신청하고 무료 전시에 가보기로 했다. 영화랑 애니 상영회도 가고 싶었는데 이미 다 매진되어 있었다.

재밌네 프랑크푸르트… 하이디가 뭘 모르네.

Zeil 거리를 지나친다. 각종 명품브랜드들이 있는 거리다.

Frankfurter Goethe-Haus

기다리고 기다리던 10시가 되었다. 박물관들이 다 문을 열었다. 프랑크푸르트에 온 목적인 괴테 생가에 갔다. 입장료는 학생할인으로 7유로였다. 한국어 관광객이 많은지 한국어 부클릿과 지도가 있었다. 빳빳하게 코팅된 지도와 설명을 가지고 다니면서 괴테 집을 들쑤시고 다녔다. 괴테 작품은 하나도 안 읽은 상태였다. 그래도 이번 방문을 계기로 좀 읽어볼 마음이 생겼다.

괴테집에는 정원이 있고 요리사, 하인도 여러명 있다. 4층짜리에 다락방도 있다. 한 층에 방이 네다섯개쯤 있다. 여긴 푸른방이다. 이때 이런 색깔 벽지가 유행했다고 한다.

보통 밖에서 물을 길어다가 썼는데 괴테집에는 저런 물 긷는 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부자였던 것이다.

저 거대한 장롱들은 빨랫감을 보관하는 용도였다고 한다. 물 긷는 게 어려워서 그런지 1년에 3번밖에 빨래를 할 수 없었고, 빨래가 많을수록 부유함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럼 저 속에는 1년 묵은 일가족의 옷들이 한가득 있었을까? 쿰쿰한 냄새가 났으려나?

괴테의 여동생 코넬리아는 피아노를 잘 쳤다고한다.

집이 예술에 관심이 많아서 음악감상실도 있고 서재도 있고 회화 전시실도 있다.

괴테가 파우스트를 쓴 책상.

괴테네는 어릴때 인형극을 자주 했다고 한다. 소설 작은아씨들에서 가족이 다같이 모여서 연극하던게 생각난다.

Deutsches Romantik-Museum

그리고 괴테하우스 티켓 산 건물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낭만주의 박물관 이 나온다. 괴테생가 티켓으로 관람할 수 있다. 최초로 독일의 낭만주의에 한정해서 꾸민 전시라고 한다. 낭만주의 화가들과 괴테와의 관계도 많이 나와 있다. 낭만주의 초상화들은 현대로 치면 포샵한 것 같이 얼굴이 뽀얗게 블러처리가 되어 있고 눈이 확장되어 있고 눈동자가 유독 진하고 크게 강조되어 있다.

낭만주의 풍경화 또한 이상향을 많이 그렸는데 이탈리아가 풍부한 역사 유적 때문에 자주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나무 같은 것으로 프레임을 세게 잡는게 특징적이다.

괴테와 그의 작품들 속 장면들.

XiangXiang Malatang

나와서 길가다가 썅썅마라탕이라는 집을 발견했다. 독일와서 마라탕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들어갔다. 뭔가 정통 마라탕집인 것 같아서 독일에서 마라탕을 단 한 번 먹는다면 여기서 먹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수프를 선택해야하는데 1번 ‘빨간고추’, ‘매움’은 ‘한국 매움’이라고 쓰여있다. 한국식 마라탕 맛인듯. 2번은 ‘초록고추’는 그냥 매움도 아니고 ‘Sehr 매움’이라고 돼있어서 얘가 진짠가? 라는 생각에 그걸로 했다.

재료가 신기한게 많아서 이것저것 조금씩 다 담았더니 17.6유로나 나왔다. 국물이 정말 초록색이었다. 뿌리는 견과류나 향신료같은것도 많아서 죄다 조금씩 뿌렸다. 굉장히 맛있었고, 굉장히 더웠다.

괴테하우스 근처는 도시전체가 다 드라마틱한 느낌이다. 같은 프랑크푸르트인데 중앙역 근처, 공원 근처, 박물관 근처 분위기가 다 다르다.

2시에 아까 신청한 온라인 워크숍이 있어서 1시 반에 호텔로 출발하기로 하고, 그전에 같은 행사의 오프라인 전시에 가보기로 했다.

Nippon Connection

먼저 간 건물은 행사 관련 각종 부스들과 상영회, 토크 등이 열리는 장소 같았다.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 관광 정보, 오디오테크니카, 일본어 교재, 행사 굿즈, 영화포스터 등등 재밌는 부스들이 많이 있엇다.

2층에서는 일본 다과와 일본 음료를 팔고 있었다. 라무네 라는 음료를 시켜 봤다. 4유로에 유리병 디파짓 1유로다. 라무네라는 이름은 옛날에 레모네이드가 일본에 들어왔을때 레모네이드의 발음이 현지화되어서 굳은 것이다. 그 당시 영국인이 개발한 탄산음료의 탄산을 구슬이 막는 방식의 병이 함께 일본에 들어왔는데 그것도 같이 굳어져서 지금의 라무네의 아이덴티티로 굳어졌다고 한다. 고딕 건축물 같은거는 하나도 안 찾아보면서 이건 너무 궁금해서 앉은 자리에서 위키를 열심히 찾아봤다.

또다른 건물에서 전시를 한대서 거기로 가는 길에 작은 공연을 하고 있었다. 야외 부스에서는 삼각김밥, 라멘, 빙수 같은 것을 팔고 있었다.

Ausstellung: 25 Jahre Nippon Connection Design

이 건물의 전시에서는 주최측 Nippon Connection에 대해서 더 알 수 있었다. 대충 일본-독일 문화 교류 단체인 것 같다. Nippon Connection의 역대 행사 포스터 디자인과 마스코트, 역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스티커를 주고 마음에 드는 포스터에 투표하게 한다.

나와서 온라인워크샵 시간까지 호스텔에 도착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온라인 워크샵: Subtitling

열심히 갔지만 10분정도 늦게 줌에 들어갔다. 워크샵의 주제는 애니나 드라마 등 일본 미디어에 영어 번역 자막 달기였다. 업계에서 일하시는 두 분이 워크샵을 주도했고 참여자는 7-8명으로, 자막 관련 프로젝트를 할 예정이라는 괴테대학교 학생도 있었다.

줌에 들어갔더니 프레젠테이션 중이셨다. 이런 내용이었다.

  • 자막의 목적은 시청자가 자막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하는 것이다.
  • 정보가 너무 많아도, 적어도 안된다.
  • 슬랭을 너무 직역해도, 너무 초월번역해도 안된다.
  • 지식보다도 요약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이후에 말할 여러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 ‘글로벌’하게 번역하는 건 불가능하다. 타겟 지역에 한해 지역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실습 안내가 시작됐다. 참여자들에게 두 작품, ‘일하는 세포’ 실사판과 ‘룩백’의 클립을 보여주고 영어 직역 문장들을 제시한다. 그러면 참여자들은 그 문장들을 수정해서 최종 자막을 만들어야 한다. 영어 문장을 고치는 거기 때문에 일본어 지식이 없어도 참여 가능했다.

자막의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 최대 두 문장
  • 한 문장에 최대 40자
  • 1초에 12자
  • 적절한 줄바꿈

모두 가독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이고, 가독성을 올려야 하는 이유는 시청자가 자막을 읽고있다는 사실을 잊고 미디어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동안 애니를 영어자막으로 보면 뉘앙스가 다 빠지고 너무 밋밋하고 단순하게 뭉뚱그려진다고 생각했었는데, 번역자가 정보를 빼고싶어서 뺀 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면에 이런 제약이 있었구나… 그리고 그것도 막 아무렇게나 줄이는 것도 아니고 초 단위 계산에 의해 프로그램적으로 적정 글자수가 정해지는게 흥미로웠다.

클립을 다같이 보고, 각자 문장을 수정해 보고, 두 그룹으로 나눠서 토론한 다음에 최종 문장을 정한다. 주어진 시간이 끝나면 다같이 자막으로 띄워보고 진행자분들이 가볍게 피드백을 해주신다. 내 그룹은 다 독일어로 얘기했는데, 나 하나땜에 영어 해달라고 하기도 그래서 내 문장만 고치고 토론 참여는 안했다. 호스텔 1층이라 배경음악이 너무 시끄럽기도 했고 말이다.

계산된 적정 글자수가 주어졌는데, 의미를 최대한 잃지 않으면서 이 글자수에 근접하게 요약하는 게 관건이었다. 단어수만 줄이는 게 아니라 맥락에 맞게 Paraphrase 해야 했다. 이전학기에 영문학과 글쓰기 수업에서 editing할때 이런 연습을 했던게 새록새록 생각났다.

첫 번째 클립에서 나는 'Are you telling the peripheral cells to just die?!'라는 문장을 So are you gonna let us die? 로 바꿨는데, 난리통인 작중 상황에서 peripheral cells라는 긴 단어를 말할 것 같지 않아서 ‘우리’라는 1인칭으로 바꿔버렸다. 피드백 때 really good하고 역할에 fit한 자막이라고 칭찬 받았다.

두 번째 클립은 영화관에서 봤던 룩백이었다. 나는 I couldn't meet the deadline, so my strips weren't on the paper every week.라는 쿄모토의 대사를 I couldn't make it every week and missed some. 으로 줄였다. 마감일을 못 지켰고, 교지에 만화가 못 올라간 것도 중요한 정보지만 그것보다 난 너와 달리 매주 꼬박꼬박 해내지 못했다가 더 핵심적인 정보니까. 이것도 피드백 때 칭찬받고 수정 없이 통과됐다.

제약에 대해 들었을 때 나는 대사가 짧아질 수밖에 없는 게 그저 아깝다고 생각했었는데, ‘짧아지기에 더 임팩트를 가질 수 있다’ 라고 하셧다. 마치 컴퓨터에서 데이터를 전송할때 Lossy 방식은 해상도가 떨어지고 데이터 손실이 일어나면서 압축하지만 Lossless 방식은 그냥 전송하는 데이터의 구조만 바꿔서 보내는 거라 데이터 원본은 그대로 유지되고 해상도도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워크샵은 원래 두 시간이 할당되어 있었는데 자막 타이포그래피 얘기하고 (소리지르는 대사에서 대문자를 쓰느냐? 너무 눈에띄기때문에 안쓴다, 자막의 정렬은 관습적으로 가운데정렬한다 … ) 자막 다는 프로그램 공유하고 이러다 보니 시간을 조금 넘겼다.  워크샵 도중부터 창밖에 비가 좍좍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챙겨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워크샵을 마친 후 밖으로 나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몇 번 본 이 광고는 Cash is no more king, 그리고 또다른 거 한 개, 이 캐치프레이즈들 빼고는 아무런 부가정보가 없는 ‘치악산복숭아당도최고’ 류의 광고다. 메세지에는 나도 동의한다. 모든 가게가 카드를 받았으면 좋겠다.

출판물 역사에 대한 Klingspor Museum과 역시 옛날 출판물 관련 Bibelhaus Erlabnis Museum에 가려 했지만 중간에 기차가 없어지는? 일도 발생하고 그래서 결국 닫기 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 돌아왔다. 그리고 오는길에 페니에 들러서 저녁을 샀다.

점심에 마라탕을 너무 푸짐하게 먹은 바람에 저녁까지 입맛이 없었다. 그래서 버터밀크, 캔 라들러, Birne 하나를 사 왔다. 그리고 어제처럼 호스텔 1층에 앉아 노트북이랑 폰을 충전하며, 사온 것들을 하나 하나 먹어치우며 이 블로그 글을 단숨에 썼다. 주위 사람들도 다 전화하거나 일하거나 지 할거 하는 이 분위기 너무 집중 잘된다. 현재 9시 45분인데 오늘은 언제 들어갈지 모르겠다.

문제가 생겼다, 이 글에 사진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vercel이 배포를 못한다… 빌드는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