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에 기상해서 씻고 정든 프랑크푸르트 a&o 호스텔을 체크아웃하고 7시에 출발했다. 오늘은 프랑크푸르트 근처에 있는 마인츠에 잠깐 들러서 구텐베르크박물관을 본 뒤 데사우에 좀더 가까워진 다음 도시 바이마르에 가는 날이다.
어제 신발에 아무것도 없는데도 왼쪽 발 엄지발가락 쪽에 뾰족한 이물감이 들길래 뭔가 했는데 호스텔 와서 보니까 물집이 잡혀 있었다. 터뜨리지 않으려고 오전 내내 다리를 절며 다녔다.
40분쯤 뜬 시간을 때우기 위해, 마지막으로 프랑크푸르트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맥도날드에서 좀 앉아 있었다. 맥머핀과 팬케이크 6개를 시켰는데 가격이 쌀 때 알았어야 했는데 둘 다 귀여운 사이즈였다.
8시 반쯤 마인츠에 도착했다. 9시까지 근처에 앉아있다가 티켓을 사고 사물함에 짐을 넣고 구텐베르크박물관에 들어갔다. 자연사박물관과 같은 건물에 있었고, 6유로짜리 티켓은 두 박물관의 입장을 모두 포함한다. 아깝지만 일정 때문에 자연사박물관은 볼 수 없었다.
구텐베르크전시장 1층 전시는 구텐베르크와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였다. 옛날과 현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차이에 대해 SNS같은 예시를 들면서 대강 설명한다.
그리고 이런 구텐베르크 프린터같은 모형 아래에 입장할때 받은 카드를 위치시키면 영상을 쏘아서 보여줌. 좀 유치했다.
2층에 구텐베르크 관련 전시실이 크진 않지만 있다. 기존 필사본의 여러가지 색깔 넣고, 페이지 쪽수랑 제목페이지 넣고 더 화려한 것과 다른 구텐베르크 성경의 특징을 보여준다. 검정 빨강 파랑으로 한정하고 장식도 좀더간결하게 해서 텍스트가 더 눈에 들어오게 하고, 쪽수와 제목페이지가 없다. 판형은 같다.
그리고 구텐베르크 활자로 직접 종이에 인쇄하는 시연이 있었다. 나는 일찍왔는데 밖에 있는 직원분께 들어가서 봐도 되냐고 하니까 좀이따 시연 다시 하니까 그때 풀로 보라고 해서 다음 시간인 일본 단체관광객들과 함께 들었다. 시연하시는 분의 아버지가 전통적인 인쇄공이었다고 한다. 디지털 프린터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불평하곤 하셨었다고 한다. 거푸짐에 쇳물을 부어서 금속활자를 순식간에 만들고, 청중에게 돌리면서 보여줬다. 활자를 세팅하는 판 역시 청중에게 돌아갔다. 청중들이 오모이 오모이!를 외쳤다.
원래 필사본에서는 장식이 들어갈 곳을 빼고 필사를 한 뒤 화공에게 넘겨서 그림을 그리게 했고, 그래서 같은 그림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그 모양을 보니까 포스트모던 이후의 문단 통째로 들여짜기 방식이 거기서 나왔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구텐베르크 방식으로는 저렇게 장식을 텍스트와 함께 활자로 만들어서 프린트하나보다.
청중 중 한 분을 불러서 프린트 체험을 시켜줬다.
10시 반쯤 마인츠에서 바이마르로 출발했다. 기차에서는 이 블로그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갈아엎을지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3시쯤에는 디스코드로 온라인 회의를 했다. 기차는 켐튼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갈 때 거쳤던 Würtzburg 역으로 다시 갔다가 (backWERK에서 점심으로 빵을 사먹었다) 바이마르 옆에 있는 Erfurt 방면으로 갔다. 출퇴근시간도 아닌 이른 오후인데 기차가 꽉 차서 사람들이 복도에도 앉아 있었다. 나도 한 번은 기차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 있어야 했다.
어째서인지 VVM/Mona 앱에 6월자 도이칠란드티켓이 안 떠서 검표원 오면 해명할 말 생각하고, 돈 착실히 내 온 내역이랑 이메일 증거자료로 보여주려고 준비해 놨는데 기차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 번도 검표하러 오지 않았다. 티켓은 다음날에도 안 떠서 이메일을 보내 보니 테크니컬 이슈였다고 한다.
저녁 6시쯤 바이마르에 도착했다. 항상 여행중에는 오전 시간은 느리게 가는데 오후가 넘어가면 갑자기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 같다. 오늘은 이동에 시간을 다 써서 그렇지만.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니 바로 호스텔이 보인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갔다. 프푸에서는 4인실, 이번은 6인실이다. 체크인할 때 여자방이 남았다며 바꿔줄까 물어봤지만 2유로 더 내야한대서 안 바꿨다. 나중에 보니 역에 대문짝만한 a&o 호스텔 광고도 붙어있었던 걸 보면 (이 방향으로 700m만 가면 숙소가 11유로부터! 라고 쓰여 있다) 방이 잘 안 나가는 것 같다. 방에는 아직 저녁인데 비가 와서인지 벌써 드러누워 있는 사람이 있었다. 잠글 수 있는 사물함이 없어서 겉옷 두 벌만 침대에 던져두고 무거운 가방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동독이었어서 그런지 신호등에 암펠만이 종종 있다.
프랑크푸르트 a&o호스텔 1층 식당에 피자메뉴가 있는거 보고 요새 계속 피자가 먹고 싶었다. 이번 바이마르 숙소도 같은 브랜드라서 같은 피자가 있지만 여기는 사람이 없어서 먹을 기분이 안 난다. 피자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갔다. 다행히도 열려있다.
일요일이라서 마트들은 다 문을 닫았다. 양기… 양기가 부족하다. 사람 많은 곳으로 가야 한다.
달팽이가 많다. 바닥에 민달팽이 포함.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 한적하고 착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Johannes Falk의 동상이다. 모르는 사람.
또 분수 동상.
Pizzeria Da Antonio
피자집에 도착한다. Selfbedienung
이라고 쓰여 있다. 셀프 서비스라는 뜻이다. 카운터에서 직접 주문하고, 받아가고, 치우고 가는 시스템이다. 메뉴가 번호로 정렬되어 있는데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만들어서 화덕에서 구워준다.
점원분들은 영어를 못하신다. 두 분 중 한 분은 친절하게 내 주문을 받으셨는데, 나한테 피자 다됐다고 알려준 다른 한 분은 내가 몇 번 못 알아들으니 이마를 탁 짚으면서 계속 독일어로만 말했다. 내가 드디어 ‘welche pizza
’ (무슨 피자) 라는 단어를 알아들어서 einundzwanzig
(21번) 하니까 fertig.
(다됐어요) 하심. 그래서 받으러 갔다. 내가 독일어를 이정도보다도 몰랐으면 더 난감했을 듯.
피자 맛은 좋았고 딱 내가 원했던 맛이었다. 토마토, 모짜렐라, 닭고기, 버섯 피자다.
뭐지? 피자 11유로인데 kann ich mit karte bezahlen
하니까 캐쉬만 된단다 근데 가진 현금이 동전 5.9유로밖에 없는거다! 뱅크로 나머지 보내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폰으로 영상보면서 개귀찮은듯이 가라는 손짓하면서 that’s ok that’s ok 하고 그냥 가라한다. 개꿀..?
피자 한 판을 혼자 해치웠더니 맥주가 땡겼지만 어제도 먹었고 다음날 라이프치히에서 흑맥주먹어야해서 오늘은 쉬어가기로 하고 대신 물을 받으러 갔다. 식당 화장실도 있지만 뭔가 꺼려졌다. 아까 오는 길에 인상깊게 봤던 귀에서 물뿜는 대가리로 가서 페트병에 물을 한가득 채웠다.
이래 봬도 뒤에 Trinkwasser
(식수) 라고 쓰여 있다.
좋은 도구는 일을 반절로 줄여준다.
우리의 사랑하는 할머니 Lilly 어쩌고 라고 쓰여있는 장난감.
Albert-Schweitzer Status. 역시나 모르는사람.
발 물집 때문에 오전 내내 절뚝거리면서 돌아다녔는데 피자집에서 나오자마자 괜찮아져서 계속 걸었더니 어디선가 물에 젖은 풀과 꽃 내음이 풍기더니 강이 나왔다. Ilm 강이었다.
Stadtschloss Weimar
웬 성이 나왔는데 보수공사 중이었다.
쳐 놓은 가림막에 현재 성 내부상태 사진들이 있다.
Bastille
이곳도 공사중인 성의 일부. 성 공사 완성되면 바이마르 멋있어지겠다.
노란 집이 있어서 뭔지 봤더니 그냥 연회시설이다.
Park an der Ilm
가방도 무겁고 발도 아프지만 시간이 이르거나 늦어서 할 거 없을 때는 공원 돌기만한 게 없다. 소화시킬 겸 일름 공원을 산책하기로 한다. 이 뷰는 아마 Sternbrüke에서 내려다본 것
다리 아래 터널로 내려가면 공원으로 갈 수 있다.
저번보다 숲비둘기를 선명하게 찍었다.
어제 본 낭만주의 풍경화 한 폭 같았다.
계속 일름강을 따라서 나 있는 길을 걷는데 지평선에는 안개가, 풀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 이건 4D로 봐야지 사진 따위에는 담기지 않는다.
Schlangenstein. 공원에 있는 여러가지 조각 중 하나. 여기를 찍고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넓은 중심 산책로를 벗어나 숲길 같은 데를 걷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산책로로 돌아왔는데 유적이 또 있었다.
Tempelherrenhaus라고 한다. 2차대전때 망가졌다는.
여기도 성곽이…
소비에트 군인 묘지도 있다.
Bauhaus Universität Weimar
바이마르 바우하우스 대학교에 갔다. 바우하우스가 바이마르에 있었던 시간은 짧지만 바이마르를 떠난 뒤 그 뒤를 잇고자 하는 교육 기관들이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지금의 바이마르 바우하우스 대학교가 되었다고 한다.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건물에 붙은 포스터나 창가 너머 학생 작품들과 작업공간을 슬쩍 엿보고 돌아다녔다. 여기도 배차간격이 꽤 길어서 바우하우스대학 근처 버스정류장에 꽤 오래 앉아 있다가 돌아올 수 있었다.
이날도 이전 두 날처럼 호스텔 1층에서 충전하며 블로그 글을 쓰려고 했는데 피곤해서 11시에 숙소에 들어와서 옷도 안 갈아입고 바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프랑크푸르트든, 마인츠와 바이마르든 한 곳에 오래 있지 않아서 깊이 있는 느낌은 아니지만 가볍게 관광하기에 내 여행 계획은 적절했던 것 같다. 독일의 이모저모를 경험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