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마르 호텔 체크아웃 후 7시가 되어 근처 페니가 열자마자 먹을 것을 좀 샀다.
Goethe and Schiller Archive
길에서 본 2025 파우스트 행사 포스터의 큐알을 찍고 들어간 웹사이트에서 괴테 쉴러 아카이브에서 The Faust Experiment 라는 전시를 한다고 하길래 왔다. 9시에 문을 연대서 한 시간 동안 바깥에 앉아서 기다렸다.
괴테의 파우스트 자필본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설명문은 전부 독일어여서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빛에 민감해서 천으로 덮여 있었다.
Bauhaus Museum Weimar
10시에 바우하우스 박물관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학생할인으로 7유로였다.
내가 바우하우스에 대해 알았던 것은 푸투라 폰트를 만든 것과 예술과 공업을 결합했다는 것 정도였다. 박물관 1층에서는 바우하우스가 세계대전 직후의 아노미 상태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질문하던 곳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질문을 묻는 것마저 순탄치 않았던 상황들에 대해 알 수 있었다.
2층에 올라가면 Franz Ehrlich라는 한 바우하우스 학생에 대한 전시가 있다. 그는 시위에 참석해 저항했고, 감옥에 갇혔다. 투옥 생활 중 미술을 맡아 하던 그는 출소 후 SS의 건축가가 된다. 자유로운 건축 활동이 허용되지 않았던 때, 권력의 편에 서서라도 자신의 건축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Wie ehrlich sind wir? 는 ‘우리는 얼마나 정직한가?’ 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우리는 얼마나 Ehrlich 같은가?’, ‘당신의 안에는 Ehrlich와 같은 모순되는 욕망이 과연 없다고 할 수 있는가?’ 라고 묻는 듯하다. (참고로 ehrlich는 독일어로 ‘정직한’이라는 뜻이다.)
폰트가 재미있었다.
New human이라는 테마의 전시. 기계가 등장하고, 사람들이 산업에 종사하기 시작하고, 생활 양식이 송두리째 바뀐다. 사람은 ‘사람이 무엇인가’를 질문하기 시작한다.
바우하우스의 교수법은 전통 회화 미술을 가르치던 이전의 예술 학교들과는 달랐다. 칸딘스키 등은 바우하우스에서 예비(기초?) 수업을 맡았는데, 원 삼각형 사각형이 각각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중 어떤 것이냐 물었다. 학생들은 나름대로의 이유를 들어서 형태와 색을 연관지었다.
입시할때 연필과 크레팡으로 그렸던 내가 싫어하던 의자. 앉아도 된다고 쓰여 있어서 실물에 앉아 보았다. 몇 초 동안이지만 의외로 편해서 신기했다.
독일 곳곳의 ‘New building’들은 ‘어떻게 거주할 것인지’에 대한 바우하우스의 답을 실제로 구현해본 것들로, 현대 건축물들의 프로토타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우하우스에서 주방을 주부들의 삶과 일의 공간으로 재조명한 것이 재미있었다. 주부들이 그릇을 잡고 어떤 행동을 할 때 가장 편한 높이, 주방에서의 동선 등을 세밀하게 고려해서 주방용 가구들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오래된 가구. 바우하우스에서 만들어지고 80년동안 쓰인 후 박물관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바우하우스가 나치와 반대되는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망가지고 어려운 상황일 때 나치는 혐오를 택했고, 전통으로의 왜곡된 회귀를 택했다. 반면 바우하우스는 어떻게 하면 나아질지 토론하기를 택했고,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기를 택했다. 새로운 형태들은 번성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람들과 함께 생존하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항상 유효한 질문이다. 기존의 규범이 무너질 때마다 두려움에 눈이 멀어 편안한 것에 숨어들려 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
박물관을 3시간 정도 보고 나와서 근처 레베에서 빵을 사먹었다. 2시 반쯤에 출발했다. 니체박물관에 갈까 하다가 발도 아프고 니체에 흥미도 없어서 망설였다. 그래도 시간이 뜨니 니체박물관에 가보기로 하고 버스를 탔는데, 하늘이 내 마음을 안 건지 실수로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래서 기차역에 와버렸네? 계획보다 일찍 왔지만 라이프치히에 일찍 가도 되니까 교통을 알아봤다. Bus RB20을 타야 한다고 쓰여 있는데 그게 버스인지 RB인건지도 모르겠고 앱과 전광판 모두에 승강장이 안 적혀 있었다. 기차역 어디에도 정보가 없었다. 인포에 물어봤더니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첫번째 정류장, 저쪽으로 가면 나올거라고 했다. 뭐가 이래? 하면서 가긴 가니까 정류장이 나오긴 나왔다.
이런 표시가 있었다. 아마 바이마르부터 라이프치히까지 원래 RB20 기차로 가는건데 철도가 고장났거나 해서 바이마르역부터 Großheringer까지는 버스가 대체하는 건가보다. Großheringer부터는 RB20이 있었다. 일찍 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꽤 더웠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서 앱에 적힌 예상시간쯤 됐을때는 정류장 근처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예정 시각보다 20분쯤 지나서야 버스가 왔다. 사람들은 툴툴거리다가 버스에 탔다. 버스가 꽉 찼다. 나는 운좋게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햇볕이 너무 따뜻해서 잠들었다.
4시 10분에 Großheringer역에 도착했다. 완전 시골 역이어서 아무것도 없었다. 버스터미널에서 사람들을 따라 기차 플랫폼으로 갔다. 기차 승강장은 한 번 바뀌었다. 45분까지 승강장 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기차를 기다렸다. 그리고 6시에 라이프치히역에 도착했다.
라이프치히 역은 먹을 것이 그득그득하고 깨끗했다. 가본 독일 지하철역 중 최고였다.
어제 아우어바흐 켈러를 7시에 예약해 놨다. 식당을 예약해서까지 간 것은 처음이다. 괴테가 라이프치히 대학에 다닐때 종종 왔다는 식당,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식당이다. ‘아우어바흐 켈러 안 가본 사람은 라이프치히를 본 게 아니다’라는 17세기 색슨 속담도 있다. 물론 그때 아우어바흐랑 지금 아우어바흐랑은 위치도 다르고 같은 식당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한 번쯤 가보고 싶었다.
Auerbachs Keller
입구에 파우스트의 장면들을 재현해 놓은 동상들이 있다.
식당 안쪽 화장실근처에 작은 전시가 있는데 옛날 아우어바흐의 메뉴판들이 있었다.
파우스트 관련 벽화와 액자들이 많았다. 가끔 연극도 한다고 한다. 이런 가격대 있는 식당에서 혼밥은 처음이었는데 나처럼 혼자인 사람도 몇 명 보였다.
Saxon Sauerbraten(red cabbage, mushrooms, potato dumplings)는 27.5유로였고 Ur-Krostitzer Schwarzbier 0.5l (흑맥주) 는 6.3유로였다. 맛있었다. potato dumpling은 감자로 만든 찹쌀떡 같이 식감이 엄청 특이했다. 내일 바흐 박물관에 갈 거라서 바흐에 대해 읽으면서 오래오래 음식을 깨작거렸다. 접시에 남은 소스 한 방울까지 깨끗하게 긁어먹고 나왔다.
Leipzig University
라이프치히 대학교에 들러봤다. 학교의 역사에 대한 작은 전시가 있었다. 중세 유적 일부의 벽화가 보존되어 있는 복도도 있었다.
Russische Gedächtniskirche
러시아 정교회가 있어서 트램타고 가봤다. 늦어서 내부는 볼 수 없었다.
Gewandhaus, Oper Leipzig
다시 트램타고 돌아왔다. Oper Leipzig 오페라극장이 보인다.
그 맞은편에 Gewandhaus라는 콘서트홀이 있다.
그 사이의 분수대.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이다.
Five Elements Hostel
하루 묵을 파이브 엘리먼츠 호스텔에 들어왔다. 가격이 20유로 언저리였는데 시설이 좋았다. 1층에 바와 레스토랑이 있고
이런 노트북충전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도 있다. 오다가 닫기 직전의 레베 들러서 바닐라맛 두유 요거트(?)같은 것을 사와서 먹으면서 블로그를 조금 썼다. 그리고 11시에 방에 들어갔다. 8인 도미토리였는데 엄청 넓고, 침대 전혀 안 삐걱거리고 쾌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