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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0

도미토리의 아무도 깨지 않은 5시에 일어나 씻고 체크아웃햇다. 수건 한 장 대여가 공짜였다. 쓴 수건을 1층 바구니에 반납했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 본 1층 공간에 가서 노트북을 충전하며 6시에 한국과 온라인 회의를 했다. 요새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이제 관광 그만하고 그냥 앉아서 코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 후 한 데이터베이스에서 다른 데이터베이스로 데이터를 옮기는 작업을 했다. 그렇게 4시간쯤 거기에 앉아있었던 것 같다.

아침으로 어제 갔던 레베에 가서 빵을 사먹고 10시에 여는 바흐 박물관에 가서 박물관이 열기를 30분 정도 기다렸다. 바흐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고등학교 때 음악 수행평가 때문에 외워야 했던 클래식 곡들 중 몇 개가 바흐 거였다는 것 정도지만 입장료가 공짜라서 갔다.

라이프치히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천국과도 같을 것 같다. 바흐 박물관, 그 옆에 바흐가 일했던 성당, 멘델스존 하우스, 슈만 하우스, 오페라극장까지 음악 관련 컨텐츠가 아주 넘쳐난다.

Bach-Museum Leipzig

기대가 전혀 없었는데 오디오 가이드가 공짜였고 한국어가 있었다…! 요즘 박물관 가면 계속 영어독해 해야해서 박물관 보는 재미를 약간 잃었었는데 노력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넣어지니 너무 좋았다.

저 전시실은 바흐네 집안 가계도인데 대대손손 음악가가 많다. 뭐 어떤 성당은 바흐를 음악 감독인지 뭔지로 지정할 때 ‘바흐 집안이 아니면 안된다’라는 말도 했다던가? 어쨌든 음악으로 알 사람은 아는 가문이었던 듯하다. 바흐는 그런 자기 가문에 자부심이 컸는지 자기 조상의 음악 정리, 보존을 아주 잘해놓았다. 그래서 자료가 별로 없어야 하는 옛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정도의 자료가 있는 거라고 한다. 저 전시실에서는 다른 바흐들이 작곡한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박물관은 엄청 크지는 않았는데 엄청 작지도 않았고, 방마다 테마가 있었고(사진의 전시실은 오르간을 테마로 한다) 인터랙티브하게 잘 전시되어 있었다.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아예 음악감상실도 있었다. 이 박물관을 나가면 절대 안 들을 것 같지만 이 공간에서만큼은 클래식이 좋게 들린다. 피곤해서 눈 감고 듣다가 깜빡 졸았다.

합창+오케스트라 곡 듣다가 문득 든 생각. 만들기 겁나 어렵겠다. 악기도 악기지만 합창단의 사람 한 명 한 명을 가느다란 현 한 가닥 한 가닥으로 써서 악기 하나를 만드는 거잖아. 어케했지? 말이 안 된다.

현대 음악을 다 되짚어 올라가보면 바흐가 나온다고 할 정도로 음악에 영향이 크다고 한다. 괜히 음악의 아버지가 아님. 1층에는 바흐의 음악을 샘플링하거나 영향 받았다고 알려진 대중음악과 바흐의 곡을 비교해서 들을 수 있다. 노래들이 다 좋았다.

클래식 음악 다 비슷하게 들리고 그래서 바흐 음악도 보통 클래식이랑 다를 바 없었는데 그 평범함의 이유가 ‘시초’이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데사우에서 언니랑 바우하우스 박물관 구경할 때도 그런 얘기를 했다. 바우하우스 작품들이 평범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현대 건축물과 가구들의 시초이기 때문이라는. 그러니까 내가 지금 여행 와서 시조새 같은 것들을 연달아 (구텐베르크, 괴테, 바우하우스, 바흐, …) 보고 있는 거긴 한데… 막상 눈 앞에 있으면 감흥이 잘 안 느껴진단 말이지.

St. Thomas Church

바흐가 지휘자로 일했던 토마스 교회다.

그 후 더이상 라이프치히에 가고 싶은 곳이 없어 근처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아.아와 치즈케이크를 시켰다. 그리고 저녁 5시까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독일 와서 처음 사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한 모금 마시자 마치 집에 온 것만 같았다. 앉아서 내 웹사이트가 왜 갑자기 배포가 안되는건지 이유를 찾아내려 애썼다. 문제는 여행을 마치고 집에 와서 해결했다. 저녁으로는 (또…!) 레베 가서 빵 사먹었다.

그리고 약 50분 정도 기차를 타고 데사우에 갔다.

데사우 역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시골마을이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그만큼 버스도 제멋대로고…! 정치적 문제로 쫓겨난 바우하우스가 데사우로 온 이유가 시골이라서였나?

바우하우스의 도시라서 그런지 주택들 외관이 특이하다. DWG라는 건축 회사가 짓는 것 같다.

Wandery Hostel Dessau

호스텔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라고 아고다 메세지로 링크가 왔는데 보안을 위해 링크란 링크는 죄다 가려져 있었다. 호스텔에 왓츠앱 메세지를 보내서 체크인 링크를 받을 수 있었다. 온라인 체크인을 하니 현관과 방의 핀번호가 메일로 왔다. 열쇠나 카드키를 들고 다닐 필요 없어서 좋았다. 그리고 지난 며칠동안 도미토리만 다니느라 사생활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방이 생겨서 좋았다. 앞으로 3일동안 컨퍼런스를 같이 보기로 한 언니도 데사우에 도착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고맙게도 밤 10시에 닫는 큰 마트가 있어서 다녀왔다. 호스텔 창밖 풍경.